- 만해기념관, 『님의 침묵』 발행 100주년 기념 유묵전 개최
9월 1일~30일, 31점 공개
만해기념관(관장 전보삼)은 만해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발행 100주년을 맞아 《고(故) 양전 한신 서예가 『님의 침묵』 유묵전》을 9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서예가 양전(羊田) 한신(韓迅, 1924~2015)이 만해의 시를 붓으로 옮긴 유묵 29점과, 그의 장녀인 서예가 무림 한미나가 100주년을 기념해 새로 쓴 2점 등 모두 31점이 걸린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선생님 죄송합니다는 양전 한신이 만해에게 바치는 시를 직접 짓고 쓴 작품이다. "벌써 열어드렸어야 하는데 / 부족한 제 글씨지만 늦게나마"로 시작해 "송구한 마음 지울 길이 없습니다"로 이어진다. 평생 붓을 잡은 노서예가가 만해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양전 한신은 서예가이면서 시인이었다. 여섯 살에 서당에서 붓을 잡았고, 노산 이은상과 혜산 박두진에게 시를 배워 생전 일곱 권의 시집을 냈다. 1946년 스물두 살에 고향 함흥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나 1·4후퇴 때 홀로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후 서울에 서예학원을 세워 30여 년간 후학을 길렀고, 한석봉선생숭모회 회장과 한국서예문화예술원 회장을 지냈다.
평생 이규보의 「동명왕편」과 정약용의 『목민심서』, 고시조를 써온 그가 만해에 이른 것은 여든아홉이 되던 2013년이다. 아홉 번째 서집 『만해 한용운』을 펴내고 백악미술관에서 여덟 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며, 두 해 뒤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 걸리는 작품들이 그때의 글씨다.
출품작에는 시집을 여는 「군말」과 닫는 「독자에게」가 모두 포함됐다. 여든여덟 편 가운데 스물일곱 편을 골라 옮긴 것으로, 시인이기도 했던 서예가가 만해의 시집에서 무엇을 붙들었는지 보여준다.양전 한신은 만해의 시만 옮긴 것이 아니다. 만해와 같은 시대를 살아낸 국학자 위당 정인보의 어록 「인도에는 간디가 있고 조선에는 만해가 있다」를 옮겨 쓴 작품도 함께 걸린다. 만해를 바라본 당대의 시선까지 붓으로 남긴 셈이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축은 두 세대의 글씨가 나란히 걸린다는 점이다. 양전 한신의 장녀인 서예가 무림 한미나는 100주년 기념전을 위해 「나의 길」과 「착인」의 한 구절씩을 새로 썼다. 아버지가 시 한 편을 작은 글씨로 빼곡히 옮겼다면, 딸은 한 구절만 골라 대담하게 썼다. 같은 시를 대하는 두 방식이 한 전시실에서 만난다.
무림 한미나는 아버지가 이끌던 한석봉선생숭모회와 한국서예문화예술원에 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시실에 놓인 터치스크린에서는 만해기념관이 소장한 『님의 침묵』 초간본을 함께 볼 수 있다. 1926년 회동서관에서 나온 이 책의 활자와, 2012년 소사산방에서 나온 붓글씨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셈이다.
전시 기간 중 성인 대상 인문특강 「시와 서예의 만남」이 운영된다. 전시된 작품을 앞에 두고 진행하는 현장 강의로 만해기념관장이 직접 강사로 나선다. 관람객이 『님의 침묵』의 시구를 골라 붓으로 써보는 체험 프로그램 「내 마음의 한 구절」도 함께 열리며, 완성한 작품은 족자나 엽서로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
전보삼 만해기념관장은 "읽어서 알던 시를 보아서 다시 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2026년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 《님의 침묵 100년, 기록으로 이어진 정신》의 두 번째 순서다. 만해기념관은 앞서 7~8월 「님의 침묵 시화전」을 열었으며, 11월에는 진필훈 교수의 남한산성 사진전을 이어간다.
관람 안내 2026년 9월 1일(화)~30일(수) / 만해기념관 기획전시실(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 프로그램 예약 및 문의 031-744-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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